투석과 이식의 갈림길에서: 엄마에게 신장을 선물 받기까지의 기록

신장 기능이 떨어진다는 선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친 단어는 ‘투석’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위로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언젠가는 투석을 해야 한다”는 예고처럼 들려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투석 대신 ‘이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수술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단순히 연명하는 것이 아닌 ‘진짜 사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 엄마의 과거, 그리고 운명적인 연결

이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제게 신장을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엄마에게는 아픈 기억이 하나 있었습니다. 결혼 전, 외삼촌께서 투석 끝에 돌아가셨는데 당시 엄마에게 이식을 부탁하셨다고 합니다. 여러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했고, 엄마는 그 미안함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프게 되자 엄마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외삼촌께) 안 해준 게 천운이었던 것 같아.”

그때 신장을 주셨더라면 지금 저에게 줄 신장이 없었을 거라는 뜻이었죠. 그 한마디가 제 가슴에 깊이 박혔습니다.

2. 수술대보다 무거웠던 ‘미안함’이라는 무게

이식을 결정한 후,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식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의 검사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엄마는 당 수치가 조금 높으셨는데, 혹시라도 저에게 신장을 못 주게 될까 봐 그날부터 혹독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본인의 몸을 채찍질하며 딸을 살리려 노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감사함보다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 주는 사람의 희생: 자신의 장기 일부를 내어준다는 결정
  • 받는 사람의 책임: 그 희생을 평생 소중히 지켜내야 한다는 무게

매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다행히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저희는 함께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3. 이식을 선택하고 얻은 ‘진짜 삶’

투석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선택의 기로에서 이식을 택했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수술 전후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사하다”는 말입니다. 그때의 감사는 평소의 인사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반응하는 절박하고도 간절한 감사였습니다.

마치며: 선택의 갈림길에 선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투석과 이식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다만,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엄마가 선물해주신 이 소중한 삶을 저는 매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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